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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테 프롤로그
2022-05-01 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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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늘어진 눈꺼풀이 아름아름 벗겨져나가며 사막의 모래알처럼 말라버린 두 눈을 성급하게 감추어버렸다.

느껴지는 것은 역겹기 그지없는 담배연기와 이미 헐거워진 명예를 구겨진 채 꺼내들어 과시하는 색이 다 바랜 트로피가 홍채 속을 비집고 기어들어온다.

[3위 진출 축하 - !]

'축하' 에서 이어지는 것은 반짝이는 금박이 사라진 거룩한 회색의 속내였다. 다 무뎌진 손톱으로 허망한 듯 긁어보아도 금박의 가루들은 빛이 없는 곳에서 무수히 떨어져갔다.

그렇게 과정도 없이 메세지도 없이, 남겨진 것은 기쁨과 희열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던 느낌표가 짝을 잃고 허둥대고 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에서야 돌이켜 보면 그의 삶은 철저히 거짓으로 구원되고 유혹으로 이끌리며 허황된 가식을 향해 나아갔을지도 모른다.

그의 생이 지금과 명백한 평행선을 달리는 행복을 추구하였다면 최소한 때묵은 재떨이가 담배가루를 흩뿌리며 바닥에서 굴러다니지는 않았을 것일텐데.

햇볕을 쬐면 그는 모든 것으로보터 추앙받고 존경받는 영웅이오,그 누구도 짙게 깔린 그림자를 알아차리지 못하리,명성만 날뛰는 무능한 행동은 아닐지라 그것이 영리하지도 않다.

내일 아침해가 동녘 산마루를 걸어오를 때가 되면 다시 빛나는 총애를 받을것이니까.


원래는 깔끔한 베이지색이었던 대리석 바닥에 생겨난 흉한 얼룩을 보며,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지워진 이름이 새겨지는 듯 바짝 마른 압술을 뜯었다.

이것은 그가 앙치란 이름을 얻기까지의 흔적이며 바엘이란 칭호를 단 것의 결과이다.



"관할구역 B-13, 출석했습니다."


말끔히 차려입은 새하얀 정장. 결의를 담아 빛나는 청록색 눈동자. 그리고 서 있기만 하여도 목을 조르는듯이 느껴지는 압박감.

그는 확실히 '군대장' 이라 불릴 만한 기품을 갖춘 채 유유히 걸어나왔다.


"..전해주실 게 뭡니까?"


조금 뜸을 들이다 입을 연 그의 모양새는 부족한 시간을 이런 것에 활용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

확실히 군대장의 수행 업무는 빼곡하다. 특히 그가 맡은 방어진군 부서에는 더욱. 아무래도 침입에 대비햐애할 시설, 군사들의 복지 등을 전부 관리해야 하니 빠득할 수밖에.

낮에도 유독 어둡게 그늘진 사무실 안쪽에서 누군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방금 뽑아낸 듯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서류 몇 장을 그의 턱 밑으로 바짝 들이밀었다.


"별거 없어-. 그냥 이번 달 진급 서류야. 행정지역 담당인 네파스가 당분간 타지역으로 관리를 나갔거든.

그래서 그쪽이 등급이랑 랭킹 진급 관리를 맡고, 내쪽은 범죄율 타도나 횡령 방지를 나누어 하기로 했거든."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심한 태도에 그는 슬슬 귀찮아지려 하는지 두어 번 서류를 흘겨보더니 안면을 흉하게 구기며 짜증이 섞인 어투로 내뱉었다.

그의 시선 앞에서 그늘에 가려진 연분홍색 블라우스와 보랏빛 홍채가 그 개성을 뽐냈다. 어린아이처럼 짓궃은 미소였지만 그 속에는 온갖 상처와 연륜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런 장난질같은 공지나 하려면 세턴에게 부탁해도 될 것인데요, 정말 이것 때문에 부른 것은 아닐 겁니다만."


"그래, 맞아. 실은 요 근래 두 사냥꾼의 랭킹 진급 상승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앙치 이포스와 락테 포칼로르.

앙치는 2개월만에 59위에서 22위로 상승, 락테는 랭킹에 들어서고 나서 6일 만에 41위에 올랐지. 근래 12년동안 이런 상승폭은 너무 비현실적이야."


"확실히.. 저 정도 상승폭을 이루려면 하루 포획량이 150을 넘어서야 할 텐데.. 현 1위인 아슬로베의 전성기 때도 하루 포획량이 70을 넘지는 않았으니..

시설 해킹을 우려해봐야 할 정도로군요. 이건 제가 후에 문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고 싶은 게 하나 있어. 3일 전후로 락테 포칼로르를 내 관할구역 A-01에 불러줘. 락테는 네 관할구역 근처에 거주하잖아. 그와 할말이 있어서."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눈동자를 굴리며 나지막이 대답하고는 조금 빠른 발놀림으로 햇볕이 강렬히 내리쬐는 바깥으로 걸어갔다. 감정의 변화 없는 딱딱한 뒷모습을 보면서 이상한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거절 안할거면서."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아련하게 흐려지고 나서야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돌격군 당담, 제 1 군대장 유스카 진. 랭킹에 진입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그녀의 칭호이자 이름이다.

유스카는 저 멀리 걸어가는 그의 손에 들려진 서류가 길바닥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란 뒤 뒷문으로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빠져나갔다.


"실망했습니다. 유스카 진."


그녀가 어두운 그늘에서 빠져나가자마자 들은 것은 차가운 겨울보다 냉철한 목소리였다.

새파란 남색 고리를 머리에 감싸고 있었고, 초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두꺼운 목도리를 어깨까지 두른 그 자는 결코 낯선 적도, 불쾌한 이방인도 아니었다.


"역시 다 듣고있었구나. 세턴~"


세턴 비프론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총재회의 관리자이자 유스카의 관할구역 소속 인물.

언제나 유순한 그의 인상이 이토록 구겨지는 현상은 많지 않다.

그러나 유스카는 절대 겁먹지 않았다는 듯 턱을 과장되게 치켜들며 약간 우쭐한 자세를 취하며 얼버무리는 선택지를 골랐다. 마치 조롱하는 것처럼.


"24회 총재회가 바로 내일인데 여기서 농땡이나 피우시는 건가요..?"


"당신이 무슨 짓을 하셨는지 자각이나 하십시오. 지금 이 선택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냥꾼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는 겁니다.

아직 3년 전 벨리알 시절을 기억못하시는 겁니까?"


"벨리알은 지금 상급 교도소 독방에 갇혀 있다고, 세턴. 이 국가의 보안은 월등히 뛰어나. 관리자인 네가 간섭할 필요는 없을걸요~~"


"그건 당연한 죄의 처벌이었습니다! 벨리알이 한 짓을 잊어버린 것입니까! 그건 과거 '안식' 사건을 기만하는...!"


" '안식' 시건의 언급은 내 관할구역 내에서는 일체 금지야. 세턴. 저 둘은 확실히 수상해. 벨리알은 그저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지 못해 울부짖었던 어리광쟁이 아이였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벨리알은 명백히 잘못한 게 맞아. 죄의 처벌도 당연한 거야.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개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무조건적으로 옳다 볼 순 없어도, 그것밖에 선택지가 남아있지 않으면 어쩔 수 없듯이. 벨리알 때는 그것의 실패였고, 지금은 그렇지 않아"


"......"


"총재회 대기실 서비스 기대하고 있겠다고-. 이만 돌아가도 좋아!"


방금 무수히 늘어놓았던 설교같은 발언이 무색하게 언제나 그녀는 유쾌한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능력을 가졌다.

분명 딱딱한 분위기를 잘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이나 은은한 강제성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턴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오늘도 꽝이라는 듯 실패의 한숨을 툭 짓고는 별가루가 흩뿌려지듯이 사라졌다.



방어진군 담당, 제 2 군대장 칼립스 크로논은 지금 무기력한 낌새를 지니고서 현 41위 랭크를 유지하고 있는 락테 포칼로르의 거주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미리 말해두는 데 사냥 랭킹은 총 72위까지 존재하고 있으며 중복되는 순위가 없듯이 랭킹 진입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친가지인 험난한 입시 제도이다.

그런 경쟁 사회에서 랭킹 진입 6일만에 중하위권인 41위로 단박에 상승하는 일은 마법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며 믿기 힘든 현상이다.

과연 락테라는 자의 실력이 매우 월등한 것일까, 아니면 어디선가 정당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열한 부정행위의 현장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윽고 칼립스는 락테의 거주지 바로 앞까지 발을 내딛었다. 피곤한 듯 눈을 끔뻑이고는 이럴 바엔 안에 아무도 없길 바라며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칼립스의 관할구역 근처 주택에는 왜인지 초인종 달린 집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십니까?"


꽤나 묵직한 주먹으로 탕 탕 소리가 주위에 퍼질 만큼 세게 쳤는데도 개미 숨소리만큼 작은 낌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때다 싶어 '출장을 갔는지 아무리 불러보아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라는 핑계구실을 마련하고서 관할구역 사무실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흙먼지투성이가 된 셔츠를 아무렇게나 몸에 걸치고, 한 꼬마가 칼립스의 새하얀 셔츠를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 때문인지 셔츠에 모래가루가 흩뿌려지고 말았다.

칼립스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꼬마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관할구역 A-03 건물이 있는 곳을 부들대는 손가락으로 힘겹게 가리켰다.


"군대장님...맞으시죠..?"


"....네... 무슨 용건이.."


"A-03 구역에..폭동이..."


폭동?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점이었다. 여기선 괴수가 탈출을 하면 탈출을 한 거지 다른 개개인들이 뭉쳐서 폭동을 일으킨다는 일은 전에도 없던 일이다.

칼립스는 꼬마의 안내를 따라 서둘러 A-03구역으로 향했다. 그 때문인지 락테의 집에 찾아온 것과 진급 서류 두 장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서류들은 길바닥 쓰레기가 되어 유스카의 걱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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