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6 광천 그리고 용병단 (3)
‘보인다.’
노마는 눈으로 가리온의 에너지 칼날을 보고 피했다. 더 이상 감각에 의존할 이유는 없었다.
‘빨간 입자는…. 내게 위험한 것. 초록 입자는 내게 안전한 것 같은데.’
그는 달라진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마치 기존에 있던 감각 외에 새로운 감각 하나가 생겨난 느낌이었다.
‘움직임이 달라졌다.’
가리온도 그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가 예측할 수 없는 각도로 공격해봤지만, 노마 역시 전부 피하고 그녀에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전에는 몸이 인지해 내 공격을 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마치 내가 어떻게 공격할지 미리 아는 것 같다.’
“신기는 이런 느낌인가!? 이젠 나도 느껴져! 당신의 신기가!”
‘골치 아픈 신기를 가져버렸나.’
그때 하늘에 천천히 금이 갔다. 가리온은 신기가 사라지려 하는 것을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이곳은 신기의 능력으로 폐공사장을 뒤덮은 공간이었다. 뒤늦게 노마도 하늘 아래로 붉은 입자들이 수직으로 모이는 걸 보았다.
“저건 뭐야?”
‘여기서 더 늘어나면….’
하지만 들어온 인물은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연이 기보르를 헤르메스로 내려치며 신기 공간의 내부로 들어왔다. 노마는 당황한 채 외쳤다.
“저 사람은….”
“기보르…!”
하늘이 완전히 박살 나며 주변 환경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공간은 다시 폐공사장의 환경으로 돌아왔다. 땅에 내려온 연이 가리온을 먼저 보았다.
“익숙한 냄새가 났는데. 가리온, 신기를 사용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보다….”
가리온의 말을 듣는 것보다 연은 그녀의 몸에 자잘한 상처가 많은 걸 확인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도대체….”
“너는…! 그때 그 빨랐던 녀석?”
노마는 낯익은 그 얼굴을 보면서 기겁했다. 연은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눈여겨볼 만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가 도망쳤을 때가 기억에 남았다. 노마는 약간 희열하고 기뻐했지만 정연은 지겹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또 당신입니까?”
노마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이제 그에게 신기가 생겼다.
‘그 움직임도 이젠 보일 거야…! 궤적 따위는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고!!’
“신기가 생겼다고 해서. 달라질 것 같습니까?”
궤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순간적으로 그의 눈앞에 붉은 입자들이 생겼다. 반응은 할 수 없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이미 헤르메스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어?”
정연이 노마를 제압한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공격 이후로는 싸움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기절한 것 같습니다.”
가리온이 멀리서 노마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아, 그렇군요.”
쓰러지려 하는 노마를 보고 연도 그걸 깨달았다. 조금 버티나 싶더니 얼마 못 가 노마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잠깐…! 나 아직…. 안…. 끝났어!”
그를 지나쳐 가는 연의 발목을 붙잡으며 노마가 말했다. 연은 귀찮았다. 그는 발목을 잡은 손을 발로 대충 휘적거려 떼어냈다.
“야…! 어디 가냐고…!”
“네 번째님을 건들고. 제가 마무리하려는 걸 다행으로 여기십시오.”
연의 귀에 노마는 시끄러웠다. 하지만 그를 기절 시키는 것 대신에 어떤 사실을 말해주었다.
“제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당신들은 모든 걸 포기했어야 했을 테니까.”
“네 번째? 관심 없어! 대신, 부대장은 놓고 가!!”
노마가 외쳤지만 연은 들은 체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임무를 할 뿐이었다.
“가리온, 네 번째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마…. 저곳에 있을 겁니다.”
가리온은 머뭇거리며 그에게 아까 석두가 갔던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가리온.”
“...네”
그녀는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것에 긴장하고 있었다. 네 번째를 제대로 호위하지 못한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잘 버텼습니다.”
“제 잘못…. 네?”
“제가 오기 전까지, 잘 버텨주었습니다. 어서 가죠.”
가리온이 연의 온화한 표정과 말을 듣고 잠시 사고가 멈췄다.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그녀를 보았다.
“안갑니까?”
“...아뇨! 가야죠.”
“두 분 모두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붕대 줄이 연과 가리온을 향해 뻗어났다. 연은 붕대가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헤르메스로 충분히 받아칠 수 있었다. 그런데 붕대를 쳐내기 위해 차올린 그의 다리가 거대한 무언가에 부딪히는 듯한 둔탁함을 느꼈다.
“무슨.!”
가까스로 궤적을 꺾어낸 붕대는 콰앙! 소리를 내며 벽에 부닥쳤다. 그건 도저히 고작 천이 낼 수 없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연은 수십 미터 뒤로 밀려나 어느새 노마가 있는 곳에 있었다.
“가리온 막지 말고 피하십쇼!”
가리온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대신 에너지 칼날와 붕대가 맞닿았다. 쉽게 잘렸어야 할 붕대가 찌그러지는 파쇄음을 터트렸다. 붕대는 그녀의 칼날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뚫으며 가리온의 정면을 그대로 타격했고 밀쳐냈다. 날아간 그녀는 그대로 잔해에 처박혔다.
“...이런.”
어둠 속에서 비나가 종종걸음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석두의 몸을 붕대로 꽁꽁 묶어 끌고 있었다.
“비나님!”
노마가 그녀를 부르자 비나도 노마를 보면서 반갑게 말했다.
“노마! 왜 그렇게 누워있습니까?! 피곤한 건 알겠지만 이곳 바닥은 춥습니다!”
“누워있고 싶어서 누운 게 아닙니다…!”
“도대체 광천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간신히 자세를 잡은 연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앞에 서 있는 그녀는 분명 순수한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고작 붕대로 신기를 밀쳐냈다. 이건 본질적으로 잘못되었다.
“석두 씨…! 깨어나십쇼! 네 번째님은 무사하십니까?!”
이제는 누워서 말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 그녀는 있는 힘을 다해 석두에게 소리쳤다. 비나는 그 말을 듣고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붙잡히고 말았어.”
석두는 뒤 돌은 상태에서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말을 했다.
“살려줘. 도와줘. 비나님한테 전부 죽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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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이제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각은 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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