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9 광천 그리고 용병단 (6)
“석두,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피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붕대들에 전부 가로막혔다. 석두가 도망칠 공간은 더 이상 없었다.
“절.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비나는 아무 말 하지 않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절 죽일 생각입니까…?”
비나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석두의 외침에 비나가 우뚝 섰다.
“흑.”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생각했다.
‘흑?’
“너무…. 합니다. 석두.”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붕대가 늘어졌다…. 힘을 뺀 건가? 설마…. 우는 건가?’
석두는 당황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공격했던 비나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니 비나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석두의 착각이 아니었다. 비나의 눈을 가리고 있던 붕대 사이 사이에서 눈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는…. 아프지 않게 해주려고…. 최대한…. 배려해준 건데…. 공격도 하고... 우으….”
“잠시만요. 비나님 절 죽이려고 한 게 아니었습니까?”
그 말을 듣자 비나는 마음속에서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석두를 왜 죽입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온 석두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원래라면 그다지 아프지 않을 주먹이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주먹이 그 어떤 공격보다도 아픈 것 같았다.
“흑…. 서운합니다. 석두. 말도 없이 떠나고. 이제 와서 하는 말이 그거입니까?!”
비나는 흐느끼는 소리와 코 먹히는 소리가 같이 있다가 갑자기 석두의 행동이 화가 낮았는지 목소리가 올라가면서 그에게 말했다. 석두는 배를 감싸고 엎드린 채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그럼…. 왜 죽일 듯이…. 공격을….”
“아, 그 말이 진짜였습니까?”
비나가 훌쩍거림을 멈추고 말했다.
“....”
“미안합니다…. 석두. 그저 변명인 줄 알았습니다.”
“오해…. 였으니 됐습니다.”
“석두…!”
비나는 석두를 회복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일을 주고받았다.
“결국 노마와 저의 문제였던 겁니까. 다들 제가 나간 소식에 화가 나진 않았을지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사실 석두가 용병을 그만두고 싶어 했던 사실은 전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군…. 네?”
“석두도 허술한 면이 있더군요!”
비나의 입이 기쁜 반원 모양이었다가 한쪽 뺨을 부풀어 올렸다.
“그래도 그렇게 말없이 나갈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어떻게 작별 인사 없이 그렇게 나갈 수가 있는 겁니까? 다들 섭섭해했습니다! 우린 가족 아니었습니까?”
“아니…. 어떻게…. 다 알았던 겁니까?”
“엘이 알려주었습니다.”
석두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근데 노마 녀석은 왜…?”
“혼자 믿지 않았습니다.”
‘....녀석답군’
“석두”
비나는 차분히 미소를 지었다.
“돌아갈 생각은 하나도 없는 겁니까?”
석두가 그녀의 작은 손을 떼어내었다.
“하나도 없습니다.”
비나의 입이 조금 동그래졌다.
“알겠습니다. 석두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가족이라고 강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그 입은 따스한 미소가 되었다. 석두는 아픈 머리를 조용히 받히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제 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흠... 석두, 연기 좀 합니까?”
-
“살려줘. 도와줘. 비나님한테 전부 죽고 말 거야.”
그렇게 그 끔찍한 대사를 외치게 된 것이었다.
‘석두씨?’
‘역시 석두…! 완벽한 연기입니다!’
‘저건 무슨 꼴이야?’
“후후, 부대장은 제게 잡혔습니다. 그러니 다들 투항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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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정말 안 먹어도 돼요?”
“난 됐어.”
송하나는 까칠하게 대답했다. 네 번째는 괜히 위축되었다. 하지만 송하나는 네 번째의 말이 불편한 게 아니었다. 네 번째와 함께 있는 네 번째가 불편했다.
“...큭”
그녀는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했었다.
“도대체 형씨 정체가 뭐야?”
“저도 모릅니다.”
“뭐?”
“정말로 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예소더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예소더는 자신이 꺼낸 간식을 전부 먹은 네 번째를 보고 자연스럽게 네 번째에게 과자 봉지를 더 뜯어주었다.
“전…. 더 괜찮은데….”
“아,”
네 번째는 배가 더 이상 부르지 않은 건지 네 번째가 주는 과자 봉지를 거부했다. 예소더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혹시…. 당신과 함께했던 부대장은 자신에 대해 말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습니까.”
“그거야 우리는 별로 만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송하나는 예소더의 말에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말을 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부대장은 자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습니다.”
차분히 말하면서도 예소더는 페공장 쪽을 바라보았다. 연이 기보르를 발로 내리찍으며 폐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아무래도 그쪽 직원이 다 끝낼 것 같습니다.”
비나는 사실 전투 담당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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